1장. 의미 전달이 본질
“한국어 글쓰기”의 목표는 한자어를 빼는 것도, 외래어를 순화하는 것도, 우리말로 풀어쓰는 것도 아니다. 의미가 잘 전달되는가다.
왜 이 챕터를 가장 먼저 두는가
한국어 어색함을 다루는 자료는 시중에 많다. 대부분 표면 처방으로 시작한다. “한자어를 빼라” “이중피동을 고쳐라” “외래어를 순화하라”. 이 처방들은 맞는 말이지만 본질이 아니다. 처방을 다 따라도 글이 흐리멍덩한 경우가 있고, 처방을 어겨도 의미가 칼같이 박히는 글이 있다.
이 도구가 잡으려는 진짜 문제는 “글이 의미를 운반하지 못하는 것”이다. 표면 어색함은 그 한 증상일 뿐이다. 그래서 본질부터 짚는다.
의미가 잘 전달된다는 것
좋은 한국어 문장은 세 가지를 한다.
-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하다. 주어가 명확하고, 무엇을 한다고 하는지 동사가 잡힌다.
- 얼마나 확신하는지가 나타난다. 단언인지, 추측인지, 권유인지 문장이 자기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림이 들어간다. 추상이 추상을 부르지 않고, 어딘가에서 구체로 내려간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AI 한국어가 어색한 진짜 이유
AI가 한국어로 답할 때 어색함이 새는 이유는 단순히 클리셰가 많아서가 아니다. 클리셰가 의미 없는 자리에 의미 있는 척 들어앉아 본문을 덮기 때문이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에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 알맹이를 떼어내 보면,
- “솔루션”: 무엇인지 모름
- “핵심”: 무게 잡는 추상명사
- “단순한 X가 아니라 Y”: 대조 수사. Y가 더 무거워야 한다는 신호
- “사용자 경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 다섯 단어 모두 추상명사
전체에서 구체적인 무엇이 전해지는가? 거의 없다. 문장은 길고 무게도 있는데 머릿속에 그림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것이 AI 한국어의 본질적 문제다.
한자어 제거가 답이 아닌 이유
처방 1: “한자어를 빼라”
이 처방을 그대로 따라 위 문장을 다시 쓴다.
“이 풀이의 알맹이는 그저 손보는 일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겪음에 대한 깊은 다시 매김에 있습니다.”
더 어색하다. 의미는 여전히 통하지 않는다. 한자어가 문제가 아니라 추상이 추상을 부르는 구조 자체가 문제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처방을 바꿔야 한다. “한자어를 빼라” 대신 “구체로 내려가라”.
“이 도구는 버튼 색만 바꾸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일을 끝내는 순서를 다시 짭니다.”
한자어가 그대로 있어도 (도구·사용자), 의미가 잘 전달된다. 핵심 동사가 강하기 때문이다 (바꾸지 않습니다, 끝내는, 다시 짭니다).
명료성의 여섯 가지 증상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 글에는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증상이 있다. 다음 챕터에서 다룬다.
- 추상도가 높음 (한자 추상명사 비율)
- 정보 밀도가 낮음 (문장은 무거운데 알맹이는 적음)
- 단언 강도가 약함 (완충 표현으로 흐림)
- 핵심 동사 비율이 낮음 (의미 운반이 약한 형식 동사 위주)
- 메타 발화가 본문을 덮음
- 주어와 서술어 거리가 멈
이 도구의 카테고리 F가 이 여섯을 정량화해 명료성 지수로 환산한다.
도구 사용자에게
이 도구는 점수를 매긴다. 그러나 점수는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AI 냄새 지수가 낮아도 명료성이 낮을 수 있다 (사람이 쓴 흐리멍덩한 글). AI 냄새가 높아도 의미는 또렷할 수 있다 (강한 단언이 있는 AI 출력). 두 축이 분리된 이유다.
처방을 따를 때 자문해야 한다.
- 이 위반을 고치면 의미가 더 또렷해지는가?
- 아니면 표면만 다듬고 알맹이는 그대로인가?
도구는 후자를 막지 못한다. 사람이 해야 할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