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명료성을 가리는 6가지 증상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 글에는 측정 가능한 증상이 있다. 카테고리 F는 이 여섯 가지를 정량화한다.
증상 1. 추상도가 높다
무엇을 보는가: 한자 추상명사(~성·~화·~적·동작명사) 비율.
추상명사는 의미를 압축한다. 잘 쓰면 효율적이지만, 추상이 추상을 부르면 머릿속에 그림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쁨: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한 프로세스의 정립이 필요하다.
좋음: 일하는 순서를 다시 짜야 한다.
지표로 본 차이.
| 나쁨 | 좋음 | |
|---|---|---|
| 추상명사 | 효율성, 극대화, 프로세스, 정립 | 0개 |
| 핵심 동사 | ”필요하다” (형식) | “다시 짜야 한다” (구체) |
| 주어 | 없음 (무생물 추상) | 생략됐지만 함의된 사람 |
처방: “~성·~화·~적”이 한 문장에 두 번 이상 나오면 동사로 풀거나 구체로 내려간다.
증상 2. 정보 밀도가 낮다
무엇을 보는가: 문장당 명사구 수 / 동사 수. 또는 문장 길이 대비 의미 단위 수.
긴 문장이 무겁기만 하고 알맹이가 없으면 정보 밀도가 낮다. 한 문장에 의미 단위 두 개가 들어 있는데 풀어쓰지 않은 경우도 같다.
나쁨: 본 시스템은 사용자 경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를 통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좋음: 우리는 사용자가 일을 끝내는 순서를 다시 짰다. 그래서 시장이 빨리 바뀌어도 따라간다.
긴 문장은 짧게 쪼갠다. 한 문장이 한 가지를 말하게.
증상 3. 단언 강도가 약하다
무엇을 보는가: 단언형 종결어미 vs 완충형 종결어미 비율.
| 단언 | 완충 |
|---|---|
| ~이다, ~한다, ~합니다 | ~라고 할 수 있다, ~인 것 같다, ~인 것으로 보인다 |
| ~다 | ~일 수도 있다 |
완충은 정직한 도구다. 정말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문장을 완충으로 감싸면 글이 자기 입장을 숨긴다. 독자는 결국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처방: 한 단락에 완충 표현이 둘 이상이면 하나는 단언으로 바꾸거나, 정말 모르는 게 맞다면 “모른다”고 직접 말한다.
증상 4. 핵심 동사 비율이 낮다
무엇을 보는가: 강한 고유어 동사 vs 형식 동사 (하다·되다·이루어지다).
형식 동사 위주: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핵심 동사 위주: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짰다. 이제 그대로 결정한다.
| 형식 동사 | 강한 고유어 동사 |
|---|---|
| 이루어진다, 만들어진다 | 짜다, 잇다, 풀다, 짚다, 뚫다 |
| 구성된다 | 엮다 |
| 수행된다, 진행된다 | 한다, 해낸다 |
| 제공한다 | 준다, 건넨다 |
형식 동사는 한자어 명사의 짐을 덜기 위한 받침대다. 받침대가 너무 많으면 글에 진짜 동사가 사라진다.
증상 5. 메타 발화가 본문을 덮는다
무엇을 보는가: 메타 문장(자기 발화에 대한 코멘트) / 전체 문장.
메타 발화의 예.
-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이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메타 발화는 본문이 아니다. 본문이 무엇을 말할지에 대한 안내다. 안내가 본문보다 무겁고 길면 안내문이 글이 된다. AI 한국어가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
처방: 메타 안내문을 모두 빼고 본문만 남겨도 의미가 그대로 전달된다면, 메타 안내문은 군더더기다.
증상 6. 주어-서술어 거리가 멀다
무엇을 보는가: 주어와 핵심 서술어 사이의 글자 수.
거리 멀음: 우리가 지난 분기에 새로 도입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는, 이번 분기 안에 정해야 한다.
거리 가까움: 지난 분기 의사결정 프로세스. 효과 측정 지표를 이번 분기 안에 정한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관형절·삽입구가 길게 끼어들면 독자는 머릿속에 처음 주어를 잡고 있어야 한다. 거리가 멀수록 인지 부담이 커진다.
처방: 긴 관형절을 별도 문장으로 분리한다.
측정과 가중치
도구는 이 여섯을 다음처럼 합쳐 명료성 지수를 만든다.
명료성 지수 = 100 - 100 × (
0.30 · 추상도 +
0.20 · 정보 밀도 페널티 +
0.15 · 완충 강도 +
0.15 · 형식 동사 비율 +
0.10 · 메타 비율 +
0.10 · 주어-서술어 거리
)
가중치는 사람 평가 데이터로 보정한다. v0.1에서는 추상도와 메타·완충에 무게를 두고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