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어휘 사전과 판단 기준
한국어 글쓰기의 어려움은 단어 선택에 정답이 없다는 데 있다. 같은 의미를 한자어·고유어·외래어 셋으로 쓸 수 있고, 어떤 게 자연스러운지는 맥락이 정한다.
세 갈래
| 갈래 | 예 | 무게 |
|---|---|---|
| 한자어 | 결단, 검토, 활용 | 무거움. 격식 |
| 고유어 | 결정, 살피기, 쓰기 | 가벼움. 살가움 |
| 외래어 | 디시전, 리뷰, 사용 | 기술·일상 따라 다름 |
자연스러운 글은 셋을 섞는다. 뼈대는 한자어, 살은 고유어, 외래어는 향신료.
한자어 vs 고유어
한자어 명사 + 고유어 동사가 자연스럽다
좋음: 결단을 내리다 / 의심이 들다 / 의견을 내다
나쁨: 결단을 취하다 / 의심을 소유하다 / 의견을 제기하다
한자어 명사에 한자어 동사를 붙이면 무게가 두 번 실린다. 한국어 리듬에 안 맞는다.
한자어 동사 → 고유어 동사 전환표
격식이 필요한 글은 한자어 유지, 캐주얼한 글은 고유어로.
| 한자어 | 고유어 대안 |
|---|---|
| 확인하다 | 살피다 / 짚어보다 |
| 검토하다 | 살펴보다 / 따져보다 |
| 활용하다 | 쓰다 |
| 제공하다 | 드리다 / 건네다 / 주다 |
| 진행하다 | 하다 / 펼치다 / 이어가다 |
| 수행하다 | 하다 / 해내다 |
| 반영하다 | 담다 / 녹이다 |
| 적용하다 | 맞추다 |
| 유지하다 | 지키다 |
| 처리하다 | 풀다 / 다루다 |
| 관리하다 | 돌보다 / 챙기다 |
| 구현하다 | 만들어내다 / 빚어내다 |
| 발생하다 | 생기다 / 일어나다 |
| 포함하다 | 담다 / 아우르다 |
| 삭제하다 | 지우다 / 없애다 |
| 시도하다 | 해보다 |
판단 기준: 무게가 어울리는가. 기술 문서에서 “삭제하다”를 “지우다”로 바꾸면 경박해질 수 있다. 일상 글에서 “반영하다”는 “담다”가 더 살갑다.
외래어 정책
국립국어원 순화어가 전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팔로잉→따름벗”, “블로그→누리사랑방” 같은 억지 순화는 오히려 이질적이다. 외래어 대체는 정말 더 자연스러울 때만.
그대로 두는 외래어
이미 정착했고 한국어 리듬에 녹아 있다. 순화하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 기술 관례어: 인터넷, API, 파라미터, 버그, 로그, 쿼리, 패치, 릴리즈,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 일상 정착어: 버스, 커피, 라디오, 텔레비전, 피자
- 맥락상 자연스러운 것: 이슈(가볍게), 리뷰, 피드백, 업데이트, 프로세스
다듬을 만한 외래어 (격식 글에 한해)
| 외래어 | 상황에 따른 대안 |
|---|---|
| 컨펌 | 확인 / 승인 |
| 어젠다 | 안건 / 의제 |
| 리스크 | 위험 |
| 솔루션 | 해결책 / 해법 |
| 데드라인 | 마감 |
| 팔로업 | 뒷마무리 / 후속 확인 |
| 인사이트 | 통찰 / 깨달음 |
| 레퍼런스 | 참고 |
혼용 동사 (~하다 결합형)
상대적으로 교정 여지가 크다.
| 외래어 동사 | 자연스러운 한국어 |
|---|---|
| 체크하다 | 확인하다 |
| 서포트하다 | 돕다 / 지원하다 |
| 어필하다 | 내세우다 / 강조하다 |
| 런칭하다 | 출시하다 |
| 셋업하다 | 준비하다 / 구축하다 |
단어 직역 사전 (D-2 카테고리)
영어 단어를 한자어로 직역한 흔적. 맥락 의존이라 도구는 의심 플래그까지만 책임진다.
| 단어 | 영어 (의심) | 자연스러운 대안 | 안전 맥락 |
|---|---|---|---|
| 합성기 | synthesizer | 신디사이저 | 음성/단백질/화학/효소/DNA |
| 처리기 | processor | 프로세서 | 이벤트/문자열/예외/자연어 |
| 응답기 | responder | 리스폰더 | 자동/비상 |
| 저장기 | store | 저장 장치 | 혈액/곡물 |
| 연산기 | calculator | 계산기 | 병렬/벡터 |
이 사전은 PR로 확장한다. 새 단어를 추가하려면,
# data/d2-words.yaml
- word: 동기화기
natural: 동기화 도구 / synchronizer
contextSafe: [생체, 신호]
severity: low
판단 자문 5가지
응답 작성 후 자기 점검.
- 실제 한국인이 이렇게 말하나? 영어 직역 흔적이 있는가?
- 무게가 어울리는가? 일상 글에 한자어 5개를 무리해서 박지 않았나?
- 외래어를 억지로 순화했나? “이슈→쟁점”처럼 더 어색하게 만들지 않았나?
- 한 문장에 외래어 3개 이상인가? 한 문장에 몰리면 다듬는다.
- 고유어로 풀 수 있는 자리를 한자어로 두지 않았나? 캐주얼한 글이면 풀어쓰기.
하나라도 걸리면 다시 다듬는다.
참고 자료
-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DB: https://www.korean.go.kr/front/imprv/refineList.do
-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 2012-1 「국어다운 번역을 위하여」
-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한길사, 1992)
-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유유, 2016)